[솔다/알쓸신잡] 현대인을 괴롭히는 19세기 고문기구

 


안녕하세요
알러지성비염환자 솔다입니다

오늘은 흥미로운 역사이야기를 하나 들고왔습니다

현대인들중에서도 비만인들의 최대의 적이라고 볼 수 있는
런닝머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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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 해괴한 것들은 전부 영국에서 나오는 것 같지만
이번에도 영국이야기입니다

때는 19세기, 영국의 범죄자 처벌은 때때로 국외추방되는 일도 있었지만
일반적으로 사형과 교도소 수감 중에 이뤄졌습니다

사형과 수감의 경우 수감자 본인이 선택할 수 있었기 때문에
교도소 수감을 선택하는 비율이 당연히 높았습니다


사형집행에 자율권을 부여하는 바람에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교도소가 포화상태가 되어버린 것 입니다

개인 공간(Personal Space)이라는 심리학 용어에서 알 수 있듯이
인간은 각자가 필요한 최소한의 공간이 있고
이 기점을 넘어서게되면 스트레스와 같은 문제들이 발생합니다

명확히 개인 공간 문제라고 명시되어있지만
어쨌든 많은 수감자들이 수감된 만큼
통제되지 않는 수감자들도 많이 발생했습니다


한정된 인원으로 수감자를 관리해야 하는 마당에
그 많은 문제 인원들을 일일히 체벌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자연스럽게 교도관들의 노동 강도는 높아졌고
안그래도 험한 직업의 업무만족도는 떨어져만 갔습니다

그러던 중 1818년도에 영국의 기술자 윌리엄 큐빗이 '그것'을 발명해내고 맙니다



'그것'은 난폭한 죄수들을 통제하기도 하며
많은 인원의 죄수들 중 유휴 인원들을 노동력으로 전환 할 수 있기 때문에
교도관의 입장에서도 사회적인 측면에서도 매우 환영받을 만한 기구였습니다

원통의 바퀴 형태에 총 24개의 판자를 덧대어
돌아가게끔 설계한 해괴한 기계입니다




작동하는 방식은 이렇습니다
죄수들이 일렬로 서서 기계의 판자를 밟고
계단을 오르듯 내려오는 다음 판자를 밟습니다

그러면 원통이 지속적으로 회전하게되고
이 회전을 동력삼아 물을 퍼올리거나 곡식을 빻았습니다

그래서 붙여지게 된 이 기계의 이름은 '트레드밀'
밟는다는 뜻의 'tread'와 분쇄한다는 뜻의 'mill'이 합쳐진 단어입니다


교도관에게는 희소식이었지만
수감자들에게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난폭하거나 문제가 되는 수감자들이 트레드밀을 오르게 되었는데
하루 6시간씩 굴려야했으며 이를 등산거리로 환산해보면
평균적으로 하루에 1.5km에서 4km씩 등반한 꼴이었습니다
(군대로 치자면 하루 6시간씩 산악행군)

등산을 해보셨거나 산악행군을 해보셨다면
휴식이나 충분한 영양공급 없이 트레드밀을 돌린다는건
굉장한 고문이라는 것을 느끼실 수 있을겁니다

실제로 매우 효과적인 처벌 방식이었으며
트레드밀 앞에서 수감자들은 매우 온순해졌습니다

강제로 인간 햄스터가 되는 고통...ㅠㅠ

그러나 여기서 그치지 않고
죄수들끼리의 잡담까지 통제되도록
칸막이까지 설치하게 됩니다


형무소의 반응은 매우 좋았습니다
문제가 되는 수감자들을 통제하는데에
더이상 불필요한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는데
수감자들의 형벌이 오히려 생산적인 에너지로 변환되기 때문입니다

트레드밀은 삽시간에 영국 전역의 형무소로 퍼져나갔고
풍차를 대체하기까지 되었습니다
(대자연의 바람대신 인력을 사용하다니...ㄷㄷ)

트레드밀은 대서양을 건너 미국에 까지 수출 되는데요

문제는 미국에서는 수감자 뿐만 아니라
노예나 원주민들에게도 트레드밀을 밟게 했습니다


영국에서 자행된 형벌에는 사실 큰 문제가 있었습니다
문제 수감자에 의해 부여되기는 했으나

형벌 자체는 연대책임으로 부여했기 때문에
문제 수감자 한명이 발생하면
교도소 내의 모든 수감자들이 공평하게 트레드밀을 밟아야했습니다

이는 당연하게도 공평한 처사가 아니며
트레드밀형 자체가 매우 가혹한 형벌이었기 때문에
수감자라 한들 매우 비인륜적인 처벌이었습니다

트레드밀이 발명된지 80년만인 1898년에
드디어 수감자 인권 보호를 위한 법이 제정됩니다

죄질에 따라 형벌을 달리 할 수 있게 되었으며
형벌에는 '기구'를 사용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트레드밀은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되지 않았습니다

아주아주 의외의 인물이 등장합니다
독일의 쇼맨 '루이스 아틸라'입니다

숱이 심히 없는 만큼 수치심히 없는 듯한 복장이다

이 울퉁불퉁한 섹시가이는 한가지 고민이 있었는데
바로 하체 근육을 효과적으로 키우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었습니다ㄷㄷ


신문에서 우연히 트레드밀에 대한 기사를 보게 되었고
하체 훈련용 운동기구로 직접 개량을 하게 됩니다


조금 더 지난 1913년에는 미국에 운동용 기구로 트레드밀의 특허가 등록되었습니다

그리고 1952년이 되어서, '로버트 브루스'라는 의사와
'웨인 퀸튼'이라는 의료기기 발명가가 트레드밀을 의료기구로써 응용하게됩니다

트레드밀은 인간의 기본적 행위인 이족보행을 한정된 공간에서도 할 수 있게 해준다

20세기가 되어서는 조깅이 보편적인 운동이 되고 웰빙이라는 유행도 있었으며
자기관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에
트레드밀은 빠르게 발전했습니다


초기에는 이런 무동력 방식이었다면


이렇게 전동으로 바닥의 벨트를 돌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디서 많이 본 모양이라구요?
맞습니다 트레드밀은 우리나라에서 '런닝머신'이라고 부릅니다
런닝머신은 콩글리시이므로 국제적으로는 트레드밀이 보편적인 명칭입니다

'밟아서 갈아버린다'라는 뜻을 가진 트레드밀
21세기에 그 위를 뛰고있는 자신을 본다면
19세기에 고통받았던 수많은 수감자들을 되돌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토나오게 힘들었겠구나'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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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야기의 교훈은

영국이 만든 최악의 발명품은
영어, 영국음식, 미국 뿐만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19세기 초반에 만든 물건이
200년을 뛰어넘어 현재까지도 우리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할당량을 채우지 못한다면
우리는 근육몬에게 잡혀 강제로 스쿼트를 하게 될 것입니다


는 농담이고

발명한 의도가 어찌 되었던 그곳에서 가치를 찾을 수 있다면
이로운 방향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는
그런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오늘날에 와서 한국에서는
트레드밀을 다시 한번 재해석하여 빨래건조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여기까지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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