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다/알쓸신잡] 있어서는 안될 물건이 크리스마스마다 부활한다(충격)

 


안녕하세요
디바이스마트의 귀살대 솔다입니다

크리스마스 하면 떠오르는 것 중에 하나는 바로
크리스마스 트리입니다

오늘은 크리스마스 트리에 얽힌
철지났으면서도 핫한 몇가지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재미를 위해 약간의 각색을 첨가했으니 감안하시고
즐겁게 봐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12월이 들어서면 곳곳에서 반짝이는 불빛들 덕분에
거리마다 연말 분위기를 물씬 풍깁니다

크리스마스를 트리를 구성하는 여러 요소들이 있는데
가장 중요한 나무,
꼭대기의 왕별을 포함한 장식,
그리고 블링블링한 조명입니다

장식과 나무 그리고 조명에 대한 세가지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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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이야기
크리스마스 트리의 유래


언제부터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하게 되었는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노래를 들으시면서 보면 더 좋습니다ㅎㅎ


이야기의 주인공은 종교개혁의 아이콘인 '마르틴 루터'입니다


16세기의 어느 크리스마스 이브 한밤 중에
루터는 숲으로 산책을 하고 있었습니다


루터 : (루들짝!)

루터는 산책중에 본 광경으로 인해 깜짝 놀라고 맙니다


한밤중임에도 영롱한 달빛과 별빛이 소복하게 눈이 쌓인 전나무를 비치고
전나무에서 퍼진 빛이 숲 전체를 밝히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에 루터는 한가지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루터 : 홀리몰리~!
인간은 저 전나무와도 같다
한 개인은 어둠 속의 초라한 나무와도 같지만
예수님의 빛을 받으면
주변에 아름다운 빛을 비추일 수 있는 존재이다!

동양에선 순자 선생님이 기원전에 이미 '마중지봉'으로 정리해놓으신 깨달음을
루터는 한밤중의 숲을 밝히는 눈쌓인 전나무를 보고 깨달은 것입니다


루터는 이 깨달음을 사람들에게 설명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전나무 한그루를 집으로 가져와서
솜으로 쌓인 눈을 재현하고 반짝이는 리본, 촛불로 꾸몄습니다

바로 이 전나무가 크리스마스 트리의 유래가 되었다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종교적인 이유가 있을 것으로 예상은 했지만
트리의 유래가 성경공부용 교보재일줄은 몰랐습니다
ㄴㅇㄱ

-

두번째 이야기
크리스마스 트리의 고향


마르틴 루터가 독일사람이기 때문에
최초의 크리스마스 트리는 독일에 자생하는 전나무일 것입니다
(아마도 루터의 도시라고 불리는 비텐베르크일 것으로 추정)

그런데 뜬금없이 크리스마스 트리의 고향이라니???


위 사진은 독일에서도 유명한 숲인 바이에른 숲의 사진입니다
보시면 무지막지한 전나무(Fir)들이 울창한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눈이 쌓인 전나무를 보면 아름답긴 하지만
우리가 크리스마스 트리를 떠올렸을때는


이렇게 어딘가 숱이 많고 원뿔모양의 키작은 나무를 떠올립니다

얘는 도대체 어디서 온 나무일까요???


이 나무의 이름은 '구상나무'입니다

위 사진을 보시면 구상나무 숲이 있고
오른쪽 뒤편에 구름모자를 쓴 산 할아버지가 있는데
저 산이 다름아닌 한라산입니다

그렇습니다 '구상나무'는 한국.
그것도 제주도에서 유래된 나무입니다!

신기하게도 구상나무가 자생하는 유일한 지역이 제주도입니다


크리스마스 트리... 제주도...

서방의 명절 문화인 크리스마스.
동방의 작은 섬의 나무를 어떻게 도입하게 됐다는 걸까?

윽... 머리가...!

제주도와 크리스마스는
전혀 연상되지 않는 혼란스러운 정보입니다

이야기의 전말은 이렇습니다


위 인물은 영국의 식물학자 어니스트 헨리 윌슨(Ernest Henry Wilson)입니다

아시아에서 주로 활동하였으며
아시아의 식물들 2000여종을 연구하여 서구학계에 전파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주 무대가 아시아였기 때문에 '중국인'이라는 별칭도 붙었습니다


아시아에서 왕성한 연구활동을 하던
때는 1917년 어느 가을날...

윌슨은 역시나 연구를 목적으로
한국의 한 아름다운 섬에 도착하게됩니다


윌슨 : 우선 집에 오매기떡부터 부쳐야겠다

당시 한창 벚나무에 빠져있던터라 왕벚나무를 찾고 있었는데
가을이다보니까 왕벚나무를 찾는게 매우 어려웠었습니다

그렇게 어렵사리 왕벚나무를 찾던 윌슨은
기존에 본적 없던 한 아름다운 나무를 발견하게됩니다


??? : 안녕하새오
전 나무애오


윌슨 : 너는 신기한 한국의 전나무로구나 채취해가야징~

이때 채취해간 전나무를 연구하여 1920년도에 학계에 발표하게됩니다

이때 발표된 학명은 'Abies Koreana'입니다
한국에서만 자생하는 종이라서 학명에 korea가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한국어로 구상나무라는 이름을 갖게 된 계기는
제주도민들이 현지어로 '쿠살낭'이라고 불렀던 데에서 유래되었다고합니다


당시 미국을 비롯해 서방국가들은
크리스마스 트리용 나무는 위 사진과같이 크고 아름다운
가문비나무나 아까 바이에른 숲에 나있던 전나무를 주로 사용했습니다

이러한 나무들은 너무 높게 자라기 때문에
실내에 설치하기에 부적합했고 운송에도 애를 먹었습니다


미국 수목업자 : 아~ 뭐 좋은 방법 없을까나...?


윌슨 : 한국 고유종 전나무인 'Abies Koreana'를 소개합니다!
전나무이면서도 낮게 자라고 숱도 많답니다!


미국 수목업자 : 아하~!

신비한 동방의 고유종을 보고 깨달은 미국인들은
발빠르게 종을 개량하여 크리스마스 트리용으로 널리 보급하게 됩니다

https://si.gardenexplorer.org/taxon-34413.aspx

윌슨은 미국에 '구상나무'에 대한 특허등록을 했고
미국 스미소니언 박물관에 구상나무 기준표준을 등재하게됩니다

즉, 한국산 나무지만 영국인이 발견하였으며
최종적으로 특허권은 미국이 갖고있게 되었습니다


구상나무는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멸종위기에 처해있다고 합니다
가문비나무와 같은 다른종의 구과식물들도 비슷한 처지라고 합니다

다행히 현재 군락 복원에 힘쓰고 있다고 합니다

-

세번째 이야기
있어서는 안될 물건


'있어서는 안될 물건'을 소개하기 전에 약간의 배경설명이 필요합니다

위 사진은 트리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인 조명입니다
물론 조명이 '있어서는 안될 물건'은 아닙니다

루터 이야기에서 보듯
유래가 촛불이다보니까 트리용 전구는 저렇게 뾰족한 모양으로 장식하기도 합니다
요즘은 LED가 워낙 잘 나와서 저런 전구들은 안전상으로도 그렇고
찾아보기힘듭니다

적어도... 대한민국에서는요


'있어서는 안될 물건'은 한국이 아니라 미국에 있습니다

현재 대한민국의 가정용 전기는 220V입니다
그럼 미국은 어떨까요???


한때 대한민국에서도 사용했던 속칭 '돼지코'인 110V일까요?
아니 애초에 과거 대한민국의 전기는 미국으로부터 설치되지 않았을까요??

여기서는 가정용 전기에 대한 짧은 역사를 짚고 가겠습니다
여기서 '전기'하면 떠오르는 그분이 등장합니다


에디슨 : 나는 발명했다 효율적인 전구를
따라서 필요하다 가정용 전기의 보급
왜냐하면 더 많은 전구의 판매 위해

에디슨은 본인의 발명품을 대중적으로 보급(장사)하기 위해
'에디슨 전기조명회사'를 설립했습니다


1882년 1월, 영국 런던에서 세계 최초의 증기 발전소가 가동됐습니다
불과 8개월 뒤 에디슨의 본진인 미국 뉴욕의 맨해튼에도 전기가 상용화됩니다
이때 공급됐던 전기가 110V였습니다

근데 사실 이때의 전기는 우리가 아는 가정용 전기와는 결이 조금 다릅니다
왜냐면 110V긴 했지만 직류(DC)였기 때문입니다

(야간개장중인 현대의 경복궁)

이 직류로 1887년 경복궁에 대한민국 최초의 전등을 밝혔습니다
이때의 설치된 발전기는 화력발전기였다고 합니다

이쯤에서 에디슨과 대척점에 있는 인물
오스트리아 출신의 천재 겸 존잘 니콜라 테슬라가 등장합니다


테슬라 : 직류보단 교류가 송전 효율이 좋으니
전기 보급엔 교류를 사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한때 에디슨 밑에서 일하던 테슬라는
직류만을 고집하는 에디슨의 태도에 신물이 나서
에디슨의 회사를 때려치고 벤처 회사를 차렸다가
결국에는 에디슨의 경쟁사인 '웨스팅 하우스'라는 전기회사로 취직합니다


에디슨 전기조명회사는 사명 변경과 인수합병등을 거쳐
제너럴 일렉트로닉 컴퍼니(통칭 GE)가 됩니다

뉴욕에 전기가 보급된지 10년이 지난 1892년
GE와 웨스팅 하우스 등 전기회사들이 모여 상용전기 표준화를 정립합니다

이때 채택된게 110V 60Hz 교류전원입니다

웨스팅 하우스에서는 더 높은 전압을 희망했지만
에디슨이 본인 회사 제품들 규격을 유지하기 위해 찔통을 부려서
결국에는 110V로 채택이 됐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역시 오늘날의 미국의 가정용 전기는...


너굴맨 : 정답! 110V!


안타깝게도 오답입니다!
사실 절반은 맞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전기 도입 초기에 110V로 정해졌지만 가전제품의 발달로 인해
요구되는 전력이 높아짐으로 인해 공급전압이 슬금슬금 높여왔고
오늘날에는 거의 대부분의 미국 가정용 전기는 120V에 도달했습니다

현재 미국 가정용 전기의 표준 규격은 AC 120V 60Hz입니다
(240V도 쓰이지만 분량이 많아 이에 대해서 본 포스팅에서는 다루지 않습니다)


너굴맨 : (라쿤무룩...)


미드나 영화 등을 보면 요즘 미국의 아웃렛(속칭 '콘센트')은
위와 같이 귀엽고 덜떨어진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몇가지 비밀이 숨어있습니다


미국의 코드는 위와같이 세가지의 극성을 갖고 있습니다

눈치 채신 분들도 있겠지만 돼지코부분의 11자의 길이가 다릅니다

왼쪽 긴 구멍이 Neutral(cold 또는 중성선)으로 부하에 배선되어
전자가 돌아갈 회로를 갖출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오른쪽 짧은 구멍은 Live(hot 또는 활선)으로
실제로 교류의 전위를 송전받는 역할입니다

가운데 묘하게 생긴 비니모양 구멍은 Ground(earth 또는 접지)입니다
누전 대비나 노이즈 감소를 목적으로 전류를 지면으로 전달해주는 역할입니다


대한민국은 중성선과 활선을 대체로 구분 없이 사용합니다

원칙대로는 구분해서 사용해야 하는게 맞지만
건물배선 등으로는 전선의 색상을 확인할 수 없는 등의 이유로
많은 가정용 교류 배선이 중성선과 활선의 위치가 섞여있습니다

실제로 코드를 같은 콘센트에 뒤집어 꽂아도
가전제품들은 잘만 작동합니다
(전등의 밝기가 물결치는 플리커 현상 등 몇가지 문제는 있습니다)


이는 제도적인 장치를 통해
전자제품들에 안전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전기안전인증을 받지 않은 전자제품은 유통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전자제품이 발전하고 있던 과도기였습니다

전기 보급 모델의 근본이 돈벌이에 불과했기 때문에
생산성이나 원가절감을 위해 과감히 안전을 포기하는 융통성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원래 코드가 꽂히던 구멍의 11자도 길이가 같았지만
안전장치가 없는 전자제품에 코드를 거꾸로 꽂아 사고가 발생하는 일이 많아
나중에야 길이의 차이를 두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도 장비의 접지를 간소화하겠다고
중성선에 연결하는 등 또 다른 차원의 문제들이 발생했습니다

결국 위에서 봤듯이 더이상 거꾸로 꽂을 수 조차 없도록
아웃렛이 귀엽고 덜떨어진 모양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게 크리스마스 조명? 아니 있어서는 안될 물건과 무슨 상관이지?

...라는 의문이 드실겁니다


미국은 땅덩어리가 말 그대로 한뭉탱이기 때문에
월마트나 코스트코 등 대형 마켓에서 트리용 조명을 사는 일이 많습니다


대한민국이야 전기 효율도 좋고 안전한 LED를 흔히 사용한지 오래 됐습니다

그러나 불과 몇년 전까지의 미국은 위 이미지와같이
저렴하게 대량생산된 전구타입의 트리 조명을 많이 사용했습니다

코드의 모양을 보시면 옛 대한민국의 코드처럼 돼지코인걸 보실 수 있습니다
여러줄을 간편하게 연결하여 불을 밝힐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있어서는 안될 물건이 존재하게되는 단초를 제공하게 됩니다


바로 이것이 '있어서는 안될 물건'의 정체입니다
그 정체는 트리 조명용 연장선 또는 멀티탭입니다!

오래전 사진이라 잘 보이지 않으시겠지만
위에 위에 이미지처럼 구멍의 길이가 같습니다

트리 조명만 연결했다면 크게 문제가 없었겠지만...
대충 구멍이 맞다보니 다른 가전제품을 꽂는다거나 해서
합선으로 인한 감전사고나 화재가 발생했다고 합니다


당연하겠지만 포장지에는
분명 여러개를 꽂지 말고 반드시 조명에만 사용하라고 적혀있습니다
(깨알같은 'made in china'도ㅎㅎ)


대한민국에서 합선이 일어나면 순간적인 스파크와 함께
두꺼비집의 차단기가 내려갑니다

요즘에는 두꺼비집보다도 연결된 멀티탭이 먼저 반응하기도 합니다


물론 미국에도 두꺼비집은 있습니다
현지에서는 'Fuse box'라고 불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옥외배선이라던가 하는 이유로
크리스마스 트리 조명은 화재 원인으로써 골치를 썩였다고 합니다

출처 - https://www.statista.com/statistics/489717/number-of-house-fires-set-off-by-christmas-trees/

2000년부터 2015년까지의 크리스마스트리 조명으로 발생한
 주택 화재 건수 통계입니다

2000년도에 380건 정도였으나 조금씩 감소하는 추세로 보입니다


사고가 감소하게 된 이유는 아래와 같이 복합적인 요인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첫째로 안전문제로 인해 싸구려 연장선이라 하더라도
위 이미지처럼 구멍 크기를 다르게 하여 정방향으로만 꽂히도록 개선해 나갔습니다

두번째로 그라운드를 포함하여 아예 한쪽방향으로만 꽂게 했습니다

세번째로 GFCI 아웃렛이라는 접지 오류를 판단하는 아웃렛도 차츰 보급했습니다

네번째로는 전구보다 발열이 현저히 적고 직류를 사용하는 안전한 LED가 보급됐습니다


이런 치명적인 안전 문제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현대까지 이런 결함있는 연장선의 판매를 멈추지 못했던 것은
수요가 있기에 제품을 공급한 대형마트들이나
중국에서 저렴하게 공수해온 유통업자들을 원인으로 볼 수 있겠지만

그만큼 미국이 크리스마스 트리에 진심이었기 때문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

크리스마스는 비록 서구권을 통해 전파됐지만
오늘날에는 전 세계가 한마음이 되는 글로벌 명절이 되었습니다

크리스마스 자체의 유래가 아닌 크리스마스에 얽힌
사소한 역사들도 있었다는걸 이야기 할 수 있어 즐거웠습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들은
분명 따뜻하고 행복한 크리스마스가 되실거라는 예감이 듭니다

메리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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